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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에 대학때 알고지낸 빚돌이가 있었다. 이 빚돌이는 대학생인데도 차량을 몰고 다녔었다. 자취방이 학교에서 걸어서 5분거리 임에도 그는 차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건 빚을 내서 살 수 있었고 할부금은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카드 돌려막기도 했었었다. 그리고 그 빚을 어떻게 갚았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만은 돈을 빌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가 그렇게 많은 돈을 빌린지 잘 모르고 만났었다. 그 동안 나는 변변찮은 직없도 없고 내가 가진것도 없고 해서 내게 빌리지 않았던 것이였는지 내가 직업을 가지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도 나에게만은 돈을 빌리지 않고 지냈었다.



그런데 어느날 2010년 정도 였을까? 직장을 다니느라 바빠 소흘해져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그는 내게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대출이율이 두자릿수인 높은 금리로 갚아내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자리에서 꽤나 뜸을 들이고 한 말이 그런 얘기였다. 전화로 하진 않았고 잠깐 점심이나 먹자고 해서 찾아간 자리에서 그런 애기를 했었고 동정심이 발동해서 얘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받기 위해서는 나처럼 어느정도 직업이 있고 신용점수가 좋은 사람이 "관리인"을 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관리자처럼 보고만 있는 역할인 것처럼 말을 해줬다. 그러면서 이것은 절대로 "보증인"이 아니라고 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나는 그 당시에도 갤럭시 S2 정도의 스마트폰이 있어서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는데 , 대출 연대보증인을 두는 것을 금지한 법이 시행되고 있었기에 "보증인"이라는 단어를 "관리인"으로 둔갑시켰던 것이라는 네이버 기사글이 있었다.



당시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10여년 전쯤에 유행하는 방식이였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많은 대출업체에서 호구들에게 보증인이라고 하면 다 도망가니 관리인이라고 칭하며 꼬득이는데 이게 꾀나 통하나보다. 신용이 낮아 대출을 해줄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 "관리인"이라고 듣기 이름 좋은 명칭으로 불리는 존재가 되어 그 사람이 빚을 잘 변제하는 것에 대한 감시인 정도로 허울좋게 불렀지만 사실상 기능은 보증인 같은 개념이였던 것이다.



이 당시 나는 "카이지"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직후였고, 사채꾼 우시지마라는 만화책도 본 지 얼마 안된 시점이여서 그 만화의 장면이 떠올랐다. 카이지가 옷을 다 벗고 대신 패배하고 들어간 뒤에 미안하다며 울던 동료 안도와 또다른 후배가 미안하다고 하는 장면에서 나는 뭔가 느끼긴 했었는데, 그 장면과 내 상황이 겹쳐 돌아가는 상황처럼 보였다. 자신의 늪에 나를 끌어당기고 있으며 나를 넣고 자신이 빠져나오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그래서 조금은 냉정하게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보증인이나 관리인 같은 것 해주기가 미안한데 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부모님께 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못 들어줄 것 같아. 미안해" 라고 했는데, 그 때 그는 표정이 자존심에 금이 잔뜩 간 상태로 보였고 그 날 이후로 내게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그 이후 들은 소식으로는 다른 지인들에게 돈을 백만원 단위로 빌리기는 했으나 그 빚을 갚지는 않았다고 그런 얘기를 들었고, 나에게는 수년이 지났지만 결혼할 때에도 연락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 때 내게 속이려 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러한 상황에 내가 한 행동은 내가 인격을 무시한 것도 아니고, 욕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간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그 "관리인"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고 그 관리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잘 못 꿰인다면 나는 그 ㅇㅇ군 대신에 내가 그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기에 빠져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는 내가 ㅇㅇ군 대신에 그 자리에 대신 착석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난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창피했기 때문에 혹은 나는 이용가치가 없었기 때문에 나를 버린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뒤에 아내가 , 아내친구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했다. 친구가 어려운 데 자신은 신용이 안되서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고 해도 안되는데, 나의 아내가 그 친구의 "관리인"이라는 것이 되면 된다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인감이라던가 도장 그런것은 필요 없다고 하는데 10년전에 묻혀있던 기억이 떠올라서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해줬었다.

대출에 그 친구 대신에 지옥구덩이에 들어가고 친구를 꺼내주는 것이 있다면 그게 "관리인"이라고, 친구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 같이 말하지만, 그 친구가 불쌍해서 발을 한발 담그는 순간 자신의 의지로 빠져나오기엔 그들의 말주변과 분위기에 속아 결국 그 모든 빚을 지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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